반도체 등 'K제조업' 기반 산업용 전기, 주택용보다 비싸졌다

입력 2024-03-10 16:22   수정 2024-03-10 16:39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전력 소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택용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주요국에서는 배전 설비 투자가 적어 원가가 적게 드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택용보다 낮은 것이 일반적이다. 국내 전기요금에 원가주의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요금, 산업용이 주택용보다 싼 건 옛말"
10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전력의 킬로와트시(kWh)당 산업용과 가정용 전기 판매 단가는 각각 153.7원, 149.8원을 기록했다. 산업용 전기 판매 단가가 3.9원 높았다.

산업용 전기 판매 단가가 주택용보다 높아진 것은 2019년(산업용 106.6원, 주택용 105원)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산업용 요금이 주택용보다 비싸진 것은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에 대응해 2022년 이후 정부가 총 6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을 올리는 과정에서 산업용 전기요금을 더 많이 올렸기 때문이다.

한전의 연간 전기 판매 단가는 요금 인상이 본격화하기 전인 2021년 108.1원에서 2023년 152.8원으로 41.4% 올랐다. 용도별로는 주택용이 37.2%, 산업용이 45.7% 올랐다.

특히 정부는 가장 최근인 작년 11월 주택용 등 나머지 전기요금을 모두 동결하고 주로 대기업이 쓰는 대용량 산업용 전기만 kWh당 평균 10.6원 올리기도 했다. 관련 통계가 나온 1961년 이후 산업용 전기가 주택용보다 비쌌던 해는 2019년과 지난해 두 차례뿐이다.

전체 사용 절반이 넘는 산업용 전기의 단가 인상은 한전의 수익구조 개선에는 긍정적 방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전 입장에서 주택용보다 원가가 낮아 이윤이 많이 나는 산업용 전력 판매로 더 많은 수입을 거두면 수익성이 좋아진다.

삼성전자처럼 전기를 대량으로 사는 산업용 고객은 산업단지에 밀집해 주택용보다 배전 설비 구축이 효율적이고 고압으로 전기를 보내 배전 손실률도 낮다. 한전 입장에서는 변전소 건설, 배전망 설치 등 투자비를 크게 아낄 수 있다.

주택용 전기를 공급하려면 지역별로 변전소를 건설해야 하고, 각 가정까지 전기를 공급할 수 있도록 촘촘한 거미줄과 같은 배전망을 깔아야 해 원가가 올라간다.
◆OECD 평균 산업용 요금, 가정용보다 25% 저렴
수출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유지해온 우리나라는 과거 경쟁력 확보 지원 차원에서 산업용 전기를 저렴하게 공급하는 정책을 펴왔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전기요금을 올릴 때마다 이용자 수가 적어 '저항'이 상대적으로 약한 대용량 산업용 전기 가격을 더 많이 인상했다. '산업용 우대' 정책이 크게 옅어진 것이다.

아울러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전환이 빨라지면서 산업용 전기 가격 현실화를 통해 에너지 다소비 산업을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차 커졌다.

그러나 원가주의 원칙을 고려했을 때 산업용 전기가 주택용보다 낮은 '역전 현상'은 시장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부문별 전기요금 조정 과정에서 원가주의 원칙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실제 주요국들은 모두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택용보다 저렴하다. OECD 38개국 중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택용보다 비싼 나라는 튀르키예, 리투아니아, 헝가리, 멕시코 정도다. OECD 평균도 산업용 전기가 주택용보다 25%가량 싸다.

전기위원장을 지낸 강승진 한국공학대 융합기술에너지대학원 명예교수는 "OECD 선진국들은 대부분 공급 전압별로 요금을 책정하다 보니 주택용보다 산업용이 싸게 공급되는 구조"라며 "원가가 싼 산업용 전기를 주택용보다 많이 받는 것은 경제 논리에는 역행하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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